소소한 하루/어느 보통의 하루

늦은 후기 - 여름용 잠옷 (feat. handmade)

유아홉 2020. 11. 20. 11:49

2018년 09월 

여름용 잠옷 착용 :)

 

여름용 잠옷 만들기 보러 가기>

 

 

아이의 성장 스토리를 쓰리라 다짐했었지만, 막상 태어나고 나서는 블로그를 할 수가 없었다.

우울증이 무서웠고, 아이를 키우는데에 푸념만 늘어놓을 것 같았고 다시 시작하는데에는 마음의 준비가 굉장히 오래 필요했다. 

 

물론 아이는 사랑스럽고 좋았지만, 계속해서 두려움이 커졌던 것 같다. 우울증의 일종이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는 이제와서 알 수가 없지만 막연한 두려움들이 결국에는 나를 삼킬 것 같아서 선뜻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일기도 쓰지 못했다. 

 

아이가 자라서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고 수백번 수천번을 말하고, 출근하는 내게 "하트 뿅뿅뿅!" 하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것이 일상이 되자 정말 거짓말같이 괜찮아졌다. 그래도 일기는 다시 결심하기가 쉽지 않아, 썼다가 지울 수 있고, 썼다가 감출수도 있는 블로그를 먼저 시작하게되었다. 

 

 

 

2년 전, 가을. 추석.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묵었던 제주 저스트인(JustInn). 

 

우리가족 셋 포함, 엄마와 할머니까지 다섯 명이 떠났던 여행이라 전체를 빌릴 수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 찾기는 힘들지만 옆쪽엔 작은 귤밭이 있고 상주하는 귤색의 터줏 냥이가 있어 가족이 함께 가기 좋은 곳이었다. (+ 추후 기회가 되면 포스팅으로 자세히...)

 

이 가족여행에서 드디어 탱구(이름 대신 탱구라고 쓰기로 했다)가 태어나 태어나기 전 부터 쭉-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원피스 잠옷이 제 주인을 찾아갔다. 엄청나게 돌고 돌아 늦은 후기로 돌아왔지만, 그동안에 쌓여있는 작은 일들 중에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만든 옷 중에 두번째로 입은 옷이 이 잠옷이라서. 

(첫번째는 철릭원피스이지만 해당 부분은 아이가 태어난 후 만든 옷인지라 포스팅이 없다.)

 

태어나고 2년 3개월이 지나서야 드디어 원피스가 딱 맞았다. 

아마, 봄에 입혔어도 잘 맞았을 것 같은데... 봄에는 저 원피스를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ㅎㅎ

 

이제와 보니, 저때는 아이가 저렇게 작은지도 몰랐는데. 

발도 조그맣고, 손도 조그맣고ㅎㅎ

 

이건 육아템은 아니었지만- 종종 과거의 육아템들 포스팅하며 그땐 그랬지, 내 아이가 작았던 그 시절을 추억해보려한다. 

그때는 주변을 돌아 볼 여유가 없어 지나쳤던 것들, 사랑스럽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아이가 다섯살이 되고 나서야 나는 엄마인 나에게 비로소 적응한 것 같다.